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치솟고 있는 환율과 고물가를 잡아야 하는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연이어 단행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임시금통위가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최근 3연속 자이언트스탭(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 달 네 번째 자이언트스탭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한은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며 일명 '더블 빅스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10월 빅스텝 단행 후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다시금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4% 수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며 "저희가 생각한 전제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민해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통해 여러분께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연고점을 11차례 경신하며 급등을 지속했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도와 구두개입,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국채 매입 등 지니고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킹달러'(달러 초강세) 기조를 바꿀만한 효력은 없어 보인다.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0.75%포인트에 달한다.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며 물가 상승압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 입장에선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무역수지 적자'로, 수출보다 수입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원화 약세로, 이는 물가오름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곧바로 종식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글로벌 공급망 경색에 의한 성장 제한도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빅스텝'이라는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할 경우 경기 둔화 등 국내 경제에 미칠 부작용도 우려된다.

고강도 기준금리 정책으로 금리를 올리면 향후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고, 이는 원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이달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년 7개월 만에 악화했다.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8을 기록했다. 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책을 통해 한은이 원‧달러 환율과 물가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이에 현재 한은 내부에서도 ‘빅스텝’ 카드를 놓고 속도 조절에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은 금통위 내용이 담김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가 약화되면서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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