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오랜 불황을 끝내고 모처럼 호황기를 맞은 국내 조선업계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3개월째 글로벌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 쓸어 담으며 수주잔고를 잔뜩 쌓아놨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배를 만들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친다.

2016년 전후로 찾아온 불황기에 국내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20만명에 육박했던 인력이 지난해 절반 이상 줄어든 9만2687명으로 집계됐다.

당장 업계는 급증한 일감에 맞춰 부랴부랴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고된 작업 환경과 낮은 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젊은 세대에서는 이른바 ‘비선호 업종’으로 낙인찍혔다.

정부는 외국인 쿼터제를 활용해 업계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저도 숙련공이 필요한 현장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조선업계를 보면서 문득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가 떠올랐다. 한 때 ‘조선 강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과거 수십년 동안 글로벌시장에서 왕좌를 유지했다.

1970~1990년대의 일본은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보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시장까지 장악했다. 일본이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과거 정부 주도로 이뤄진 구조조정이 원인이었다.

일본 정부는 1988년 조선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사양산업으로 규정한 뒤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연구 인력을 대거 내쳤다. 일본 대학교들도 사양산업으로 규정된 조선업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사라지자 조선학과를 없애는 악수를 뒀다. 

후계자들이 들어오지 않는 일본의 조선현장 인력은 급속도로 고령화돼 글로벌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게 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준 데 이어 중국에도 밀려 3위까지 추락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극심한 인력난으로 세계시장 1위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는 모습이다. 대형 조선사는 직원 수 감소와 근속연수 증가 등으로 고령화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다.

심화하는 인력문제에 대한 해답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정부 지원책과 인력 확보에 매달리기보다 공정 혁신 속도를 높이는 쪽이 오히려 낫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도 점차 스마트화되는 추세다.

세밀한 공정에서 아직 인간의 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 조선소 구축 가속화 등 차선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도 분명하다. 위기 대응이 늦으면 일본 조선업 몰락이 곧 국내 업계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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