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의사 따른 메모 공개…"군이 죽으라고 등 떠민다"
군 검찰 "피해자로 호소할 거면 변호사 써라" 황당 조언

군인권센터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A 원사가 지난해 상반기 B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4일 추가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A 원사가 지난해 상반기 B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4일 추가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부사관의 심경이 담긴 메모가 공개돼 논란이 확산 중이다. 

4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군성폭력상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의 메모 원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A 하사가 성추행 사건 이후 그간 느낀 심경을 휴대전화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에 정리한 메모다.

‘내가 뭘 잘못한걸까’로 시작한 메모에서 A 하사는 “내가 성피해자라서 이정도 배려한다는데 도대체 뭐가 배려인가. 이건 농락이다”라며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 나는 피해자에서 한순간에 피의자로 전환돼 애매해졌다”라고 밝혔다.

A 하사는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군이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며 “제대로 된 보호도 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걸 온전히 나에게 버티라고 내버려 두면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걸까”라고 썼다.

또 “군검사는 나보고 ‘성피해자로 호소할거면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하라’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변호사 안쓰는 게 지금 상황에선 안좋다고 비아냥거리는 게 너무 화가 났다”며 “모든 조사를 울면서 했다. 너무 많은 조사와 시간이 지나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더러운 상황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날 옥죄여 온다”고 덧붙였다.

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A 하사가 또 다른 상급자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15비 소속 B 원사로부터 지난해 상반기 농담을 빙자해 40대인 자신의 동기와 사귀라며 ‘너는 영계라서 괜찮다’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 중인 A 하사에게 술에 취해 전화한 사례도 여러번 있었다고 밝혔다.

A 하사가 올해 4월 같은 반 근무자인 C 준위로부터 지속해서 성추행·성희롱 당한 사실을 성고충상담관에게 신고했는데, B 원사가 이 사실을 C 준위에게 알려줘 C 준위가 A 하사를 회유·협박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A 하사는 이에 B 원사가 2차 피해를 줬다며 공군 수사단 제1광역수사대에 신고했고, 이후 B 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됐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군성폭력상담소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작된 성폭력은 A 하사가 4월 피해 신고를 할 때까지 이어졌다.

또 C 준위가 A 하사의 몸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 했다는 의혹,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등 성희롱 발언 의혹,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성 부사관과 입을 맞추거나 그의 침을 핥으라고 강요한 의혹 등이 폭로됐다. 

사건이 벌어진 15비는 앞서 성희롱 사태로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군 내 불상사가 연달아 터지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공군 병영혁신자문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

임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대체 우리 군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1년 동안 저는 위원회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함께 책임지는 마음으로 자문위원직을 사퇴한다”고 썼다.

이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피해자의 메모. 사진=군인권센터의 군성폭력상담소
이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피해자의 메모. 사진=군인권센터의 군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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