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7국가 중 송배전망·소매 독점 우리나라 유일
한전 독점구조 벗어난 시장 경쟁체제 도입 목소리↑
주요 선진국 시장 개방, "국내도 늦기 전에 개편돼야"

한여름 뜨거운 날씨만큼 전력시장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전력시장 개편 주장은 한국전력공사(한전) 적자 문제가 심화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정부가 결정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시장경쟁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 전력시장 구조 등을 비교해 국내 전력시장 개편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국내 전력시장 독점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장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국내 전력시장 독점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장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구조가 적자대란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해외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가격 정상화는 물론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경쟁체제 마련 등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경련이 주요국의 전력산업 구조와 현황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한 기업이 독점한 국가는 우리나라뿐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전경련이 주요국의 전력산업 구조와 현황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한 기업이 독점한 국가는 우리나라뿐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시장 개방은 불가피”

국내에서 전력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이에 한전이 전력망 구축을 비롯한 구매와 판매 등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전력산업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내놓은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경련이 주요국의 전력산업 구조와 현황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한 기업이 독점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점하면서 다른 사업자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가 갖춰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구조에서는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신규 스타트업에 전력산업 진출이 활발해 기술 혁신이 진전되는 상황”이라며 “국내는 2000년 초반 전력산업 구조 개편 중단 후 여전히 제자리걸음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진 전환 시기에 맞춰 개편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공공독점 체제는 한전 만성적자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체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전력산업을 시장친화적, 혁신주도적으로 체질 개선해 글로벌 표준에 맞도록 시스템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도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확립을 목표로 시장 개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환경에 맞는 모델 도입에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도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확립을 목표로 시장 개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환경에 맞는 모델 도입에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장 개방에 따른 우려, 독일 모델 참고해야”

미국의 경우 전력시장이 개방되면서 거대 에너지기업이 탄생했다. 대규모 전력 공급망 설치에 대한 문제로 시장 진출이 대기업으로 한정됐다. 일본도 전기 거래가 민영화된 국가 중 하나다.

시장 개방으로 민간 사업자 간 경쟁을 부추기면 전기요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전기요금을 억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확립을 내세운 만큼 시장 개방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급격한 요금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요금의 둑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독일도 1998년부터 전력시장 자유화모델을 도입했지만, 미국, 일본과 차이를 보인다. 전력회사들이 고품질 전기서비스 제공을 위해 앞다퉈 경쟁을 벌였고, 이는 소비자 선택 권한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실제 소비자들은 태양광,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고, 전기요금 인상에도 쉽게 동의했다. 영국은 이보다 빠른 1990년 시장 자유화를 선언했다. 

민영화된 발전회사도 부실하면 부도가 발생하지만, 공급과 가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노르웨이는 1991년 전력 자유화를 실시했고, 1996년부터는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순차적으로 전력 자유화를 시행 중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낮은 가격에 무리한 전기 공급을 하게 되면서 한전의 빚이 누적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라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으로 전력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 독일처럼 소비자에게 전력 선택 권한을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국내 환경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