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대출금 감면 등 금융지원 압박
'이자장사' 비판하며 대출금리 인하 개입
간섭 경고 반복되면 시장경제체제 흔들려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금융권은 전례없는 언택트 금융시대를 열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모바일 뱅킹 채널 확산, 점포 효율화 등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 빅테크 기업도 금융업에 안착하면서 소비자들은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됐다. 이후 우리 사회의 몫으로는 안전한 금융 환경 조성과 감독, 내부통제와 금융소외계층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남았다. 앞으로 금융권이 가야할 바른 길과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최근 금융당국을 향한 금융권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출범한 정부인 만큼 출범 당시 금융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실제 금융당국의 행보가 자유로운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이자장사' 경고로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금융지원 정책으로 취약차주의 리스크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간이 소유한 사기업이지만 규제산업이기도 한 금융업의 특성상, 공공성을 더 직접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감독에 중심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지원 정책 주문 쏟아져 난감한 은행  

최근 은행에는 금융당국의 정책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소상공인, 청년층의 부채를 최고 90%까지 탕감해주는 125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다. 당국은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에 나서기로 했는데, 연체가 90일 이상 발생한 부실차주는 최대 90%의 원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당국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 중 정책 지원 대상인 660조원(부동산 임대업 제외) 중 500조원 안팎만 정상거래 채무로 분류하면서, 나머지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과 새출발기금이 부실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서 빠진 대출자들의 경우 은행이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구두 지시했다. 또 자율적 지시임에도 은행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점검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또 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로 만료하지만, 10월 이후에도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통해 자율적으로 90~95%는 급격한 대출회수 없이 원만하게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에 더해 당국은 금융권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와 대출금 감면 등 가계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대부분 시중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 종료에 대비해 차주에 맞는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왔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차주들에 대한 재신용평가 등을 통해 만기 연장이나 채무상환 조정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엔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90~95%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당국 대출금리 인하 개입은 '관치' 지적도 

그동안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대출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일부 수혜를 봤던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 요구를 따르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저금리시기에 대출자산을 빠르게 늘렸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려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장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정부의 비판을 대놓고 무시할 수 없는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대출금리를 내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감독당국인 금감원이 은행장들을 불러 금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행태가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직접적으로 금리를 얼만큼 내리라고 명령한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인 비판을 통해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사실상 개입했다는 것이다.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려면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유시장경제에서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권한은 은행에 있다. 국가가 대출금리에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상품 가격을 간섭하는 셈으로, 현 정부가 강조한 시장경제와 반대된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에 집중하는 것은 '감독' 기능의 강화라고 할 수 있지만 대출금리에 개입하는 것은 '관치'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간섭과 경고가 반복되면 시장경제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당국은 은행에 대출금리 산정체계도 손볼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감독의 기능 아래서 중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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