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금융 경계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
금산분리 완화 기대에 신사업 확장 시동
제도적 장치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먼저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금융권은 전례없는 언택트 금융시대를 열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모바일 뱅킹 채널 확산, 점포 효율화 등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 빅테크 기업도 금융업에 안착하면서 소비자들은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됐다. 이후 우리 사회의 몫으로는 안전한 금융 환경 조성과 감독, 내부통제와 금융소외계층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남았다. 앞으로 금융권이 가야할 바른 길과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혁신을 통해 기존 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산분리에 대한 요구 수위도 높아졌다. 금산분리 완화는 서로의 영역으로 신사업 확장이 가능해지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36개 금융혁신 세부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그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금융위는 36개 금융혁신 세부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그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금산분리 완화 기대감에 신사업 시동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개최한 제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36개 금융혁신 세부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그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할 방침이다. 외부자원이나 디지털 신기술 활용도 활성화한다. 또 금융지주 계열사 간 은행 고객 정보 공유도 가능하도록 손본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규제 완화들을 두고 그동안 빅테크기업에 디지털 혁신 주도권을 빼앗겨 왔던 은행의 '반격 기회'라고 보는 분위기다. 그동안 빅테크기업이 플랫폼을 확장하며 디지털 경쟁에서 앞서나갈 동안 금융권은 기존 제도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만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지분 소유를 금지하는 시장 원리로, 실질적으로는 재벌로 대표되는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해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금융의 디지털화 등 산업 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금산분리를 재벌공화국 탄생을 막는 방지턱이 아닌 금융혁신의 길을 열어줄 이정표로 활용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금산분리 완화에 명확한 근거와 기준이 필요하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시작되면 금융과 비금융권의 허들이 동시에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금융사들은 음식배달, 통신, 유통, 가상자산 시장 등에 진출이 가능해진다. 비금융기업도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금융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규제완화가 기업 부실 등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섣부른 규제완화가 기업 부실 등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DB

◆법 개정 등 속도와 방향 조절 필요해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설익은 금융규제 완화와 부실한 금융감독이 금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먼저란 지적이다. 

또 섣부른 규제완화가 기업 부실 등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경우 기업집단의 관련 계열사가 부실해져도 계열금융회사는 부실 계열기업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계열금융회사도 함께 부실해질 뿐 아니라 그 파급효과가 금융회사는 물론 제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완화에 속도와 방향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시장은 금융과 산업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를 더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을 잘 찾아야 한다. 한쪽의 편만 들어서는 또 다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말 뿐이다. 완전한 금산분리는 우리나라 정서상 쉽지 않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시행되더라도 천천히, 세심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일단 금융회사의 비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벽을 허물어 줌과 동시에 비금융회사의 금융회사 보유 지분 한도 및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비율을 완화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금산분리는 공정거래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다양한 법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법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금융회사의 자본을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금융업에 진출해 경쟁을 부추겨 금융업 발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수많은 형평성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산업 구조에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변화의 길에서 서로의 영역 확장에만 몰두해 운동장이 또 다시 기울지는 않는지 주의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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