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 이상 보유 주식 가치 122조원
현실납득·미래방안 제시… 공감대 형성 중요
정부,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 발표예정

올해 들어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국내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3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금 지급액보다 주식가치 하락액수가 커지며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에 시장에선 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올해 들어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국내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3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금 지급액보다 주식가치 하락액수가 커지며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에 시장에선 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올해 들어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국내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3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금 수급자 607만명(노령·장애·유족·일시금 총합)에게 지급된 국민연금 총액보다 1조원이나 많았다. 시장에선 ‘내 차례가 올까’하는 불안이 커진다. 연금 개혁이 필요하단 의견이 힘을 얻는다.

◆지급 연금액보다 커진 주식가치 감소액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말부터 이달 8일까지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보유 주식가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달 초 주식가치 총액은 121조8095억원으로 지난해 말(151조9173억원) 대비 19.8%(30조1078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연금 수급자 607만명에게 지급한 연금액(29조137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보유 주식가치 감소액이 가장 큰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IT·전기전자의 주식가치는 지난해 말 60조7064억원에서 27.3%(16조5755억원) 감소한 44조1309억원이다. 두 번째로 큰 서비스도 같은 기간 17조2306억원에서 11조1112억원으로 35.5%(6조1194억원) 줄었다. 이외에도 자동차·부품(-15.8%), 석유화학(-15.2%), 제약·바이오(-16.3%) 등도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주식 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줄인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네이버가 보유지분 가치 감소액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8조6200억원에서 5조6414억원으로 2조9786억원(-34.6%), 지분율도 9.04%에서 8.17%로 0.86%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네이버 역시 5조5528억원에서 3조3382억원으로 2조2146억원(-39.9%), 8.94%에서 8.17%로 0.77%포인트 줄었다.

지분율 변동이 없음에도 주식가치 감소액이 가장 컸던 종목은 삼성전자(지분율 8.53%)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식가치는 지난해 40조4700억원에서 25%(10조1262억원) 감소해 30조3438억원을 나타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지분율 8.3%)도 같은 기간 28.1%(5150억원) 줄어든 1조3192억원을, 엔씨소프트는 41.9%(4992억원) 감소한 6918억원을 보였다.

주식가치 하락세 속에서도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대동(8.4%), 코스모신소재(7.15%), 동원시스템즈(6.04%) 등 10개 종목을 5% 이상 신규 취득했다. 기존 5% 이상 보유 종목 중 지분율 증가 폭이 가장 큰 종목은 유니드(4.44%포인트), 아프리카TV(4.27%포인트), 한국카본(3.62%포인트) 등이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4.17%포인트), DB하이텍(-2.72%포인트), BNK금융지주(-2.72%포인트) 등은 지분율을 낮췄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 수는 ▲2019년 말 314개 ▲2020년 말 275개 ▲2021년 말 266개로 매년 감소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284개로 18개(6.8%) 늘렸다. CEO스코어 측은 국민연금이 투자 종목 수를 늘린 것은 주식가치 감소분이 큰 대형주 등 일부 종목의 지분율을 줄이고 신규 취득을 늘려 전체 주식가치 감소를 상쇄하려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금 개혁 필요하나 공감 얻는 점진적 접근 중요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안 등이 연구와 함께 수급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공청회·설명회 등을 통해 현실적인 이해를 구하고 미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수급자들의 저항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안 등이 연구와 함께 수급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공청회·설명회 등을 통해 현실적인 이해를 구하고 미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수급자들의 저항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국민연금 재정고갈 우려는 하루이틀 제기된 이슈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사 주식가치 감소 소식이 전해지며 재정고갈 우려와 함께 연금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유지할 경우 2057년쯤 재정이 고갈된다. 전문가들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완만한 접근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대로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연금 개혁에 대해선 공감한다”고 말했다. 저조한 출산율 등에 따른 노동 가능 인구 증가보다 연금 수령 층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 일정 시점에선 재정 고갈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M센터 부센터장은 “국민연금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두고 기금을 운용 중인 국내에서 가장 큰 기금 운용 기관이다”라며 “단순히 주식 종목 한정으로 전년 대비 수익률 저조를 두고 재정 고갈 불안과 연관 짓는 건 근시안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이 2013년 내놓은 제3차 재정 추계에선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 전환해 2060년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에선 적자 전환은 2042년, 고갈은 2057년으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정 부센터장은 “사례로 사학연금은 최근 임용된 선생님들 기준으로 적게 받는 대신 기간을 더 늘리는 수급적 개혁을 모색 중”이라며 “다양한 방안 등이 연구돼야겠지만, 무엇보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는 공청회·설명회 등을 통해 현실적인 이해를 구하고 미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수급자들의 저항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8년부터 고정된 소득의 9% 보험률에 대한 인상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보험료율을 12~15%선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12% 또는 13%까지 보험료율을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내 국민연금 보험료 수준은 소득의 9%로 글로벌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영국은 25.8%, 독일은 18.7%, 일본은 17.8% 등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거둬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적립 수준을 감안하면 2030년까진 재정이 늘겠지만, 그 이후부턴 꺾일 것”이라며 “적립액 정점 시점 전까지 보험률 인상 등을 통한 방안개선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 발표

지난달 16일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적정 노후소득 보장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연금 개혁 추진과 관련해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을 통해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적정 노후소득 보장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연금 개혁 추진과 관련해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을 통해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20여년간 꾸준히 지적돼 왔던 국민연금 개선을 위해 정부가 결국 칼을 들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국민연금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신설해 국민연금 뿐 아니라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에도 들어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2030년 874만명, 2060년엔 1689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새 정부 3대 개혁과제 하나로 ‘연금 개혁’을 꼽은 바 있다.

공적연금 뿐 아니라 사적연금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은 공제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최대 400만원)을 합쳐서 최대 700만원까지 납입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금저축 최대한도 600만원, 퇴직연금 포함시엔 900만원으로 200만원씩 올려주기로 했다. 개인·퇴직연금의 가입률을 올리고 수익률 제고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재산보험료 부담 경감 조치도 고려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물리는 보험료는 재산금액 등급에 따라 현재는 과세표준액에서 500만~1350만원을 차등 공제하고 부과하는데, 앞으로는 5000만원을 일괄적으로 확대해 공제해준다. 소득중심 건강보험료 부과 등을 위해 건보료 2단계 부과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랜기간 미뤄뒀던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당면한 복합위기 극복도, 새로운 도약도 불가능하다”며 “공공부문의 경우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공공기관의 기능·인력 조정, 재무 위험 높은 기관에 대한 집중관리제 도입,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