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 지양, 사업 고도화·내실 다지기 주력
젊은 오너 과감한 결단 돋보여...주축사업 성장 가속
미래성장 동력, 친환경 클린테크 육성 '본격화'

취임 4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치열한 변혁으로 LG를 새로운 차원의 혁신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취임 4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치열한 변혁으로 LG를 새로운 차원의 혁신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취임 4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동안의  조용한 경영에서  탈피해 미래를 향한 과감한 선택과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력사업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다지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격류에 올라타 LG의 뿌리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나이가 가장 적다.  젊음은  발상과 감각의 자유로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LG의 신세계는 그래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한다.

◆ ‘실용주의’ 경영… LG그룹 주축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
구 회장은 2018년 5월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총수 자리를 넘겨 받았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새로운 사업의 지평을 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졌다. 

LG그룹은 구 회장 체제에서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화학, 통신 등을 중심으로 그룹의 몸집을 불리면서도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털어냈다.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모바일·태양광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그 결과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70조원을 돌파하면서 미국 세계 최대 가전업체 월풀을 제쳤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도 매출 24조원, 영업이익 2조원 가량을 올리면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LG그룹의 자산총액은 167조5000억원으로 구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123조1000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구 회장이 무리한 인수보다는 주력사업 고도화에 주력한 선택은 빛났다. 특히 누적 영업적자 5조원을 낸 모바일사업을 정리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그룹 일각에서는 LG전자가 26년간 지속해온 사업에서 과연 손을 뗄 수 있을 것인지 물음표를  던졌으나 구 회장은 행동으로 밀어붙였다.   

이런 결정은 LG전자뿐 아니라 통신, 화학 등에서도 이어졌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전자결제사업을 1조3000억원에, LG화학은 2020년 6월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사업을 3560억원에 매각했다. 올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고전하던 태양광 패널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구 회장은 이들 사업 대신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분야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전장사업은 앞으로 배터리 분야와 사업 시너지가 기대되는 만큼 구 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다. 그는 M&A, 합작법인(JV) 설립 등으로 육성을 본격화했다. 

전장사업의 경우 삼각편대 구조를 갖췄다.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사 ‘LG 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전자의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등이다. 구 회장은 3대 축을 앞세워 미래 전기·자율주행차 시장공략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9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했고, 최근 전기차 충전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구 회장의 전장사업 확장은 현재 진행 형이다.

구 회장이  지금까지는 선택과  집중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화에 역점을 뒀다면 올해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글로벌 트렌드인 친환경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구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LG그룹 제공

◆ 대규모 투자 등 '고객경험' 혁신으로 위기극복 진두 지휘

“고객 가치를 가장 우선에 두고 위기 속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겠다.” 구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구 회장은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성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등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키워 주력사업의 질적 성장 가속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속에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106조원의 투자계획도 내놨다. 전략보고회에서는 AI, 바이오분야 관련 5년간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확대도 결정했다.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 확보와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서다.

여기에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등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투자와 사업 고도화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클린테크 분야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도 5년간 국내외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연구개발 R&D 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 원료 등 관련 기술 개발 현장을 직접 챙겼다.

구 회장은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하자”고 주문했다.

LG그룹은 구 회장 젊은 리더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어려움을 무사히 극복했지만,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 등 한꺼번에 몰아친 악재로 유례없는 경영  불투명성에  직면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고객가치 경험’과 선제적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위기를 뚫어간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도 LG가 석유화학과 통신, 가전 등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한다면 다양한 사업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평소 조용한 이미지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위주로 사업을 펼쳐왔다”며 “외연 확장에도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최근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선도주자로 나서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나타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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