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9곳,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 2300~2700선
"금리 안정과 재정통화 정책 등의 우호적 전환 확인 필요"
"현 주식시장 환경이 바꾸기 위해 글로벌 여건 변화 중요"

증권사들이 국내증시 하반기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사진=각 증권사 제공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강도 높은 긴축정책이 주요국들 중심으로 시행되면서 되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경기 불황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심에 자본시장에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서울와이어가 투자자들을 대신해 국내 증권사 전문가들에게 하반기 시장 전망과 전략을 물었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글로벌 통화 긴축이 가속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증권가의 국내증시 하반기 전망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코스피 상단으로 3000선까지 열어뒀던 증권사들 대부분이 낙관론을 거두는 분위기다. 

29일 서울와이어가 국내 주요 증권사 9곳(NH투자증권·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교보증권·한화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하이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하반기 코스피 평균 예상밴드는 2300~2700선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한화투자증권이 2500~3000선으로 상·하단을 가장 높게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메리츠증권(2200~2300선), NH투자증권(2200~2700선), 삼성증권(2200~2700선), 유진투자증권(2200~2700선), 하나금융투자(2350~2650선), 교보증권(2450~2850선) 등 대부분 증권사가 상단을 3000선 아래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인플레와 고환율이 주식시장 발목 잡아

29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근접 마감했다. 고환율이 지속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한화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3000선으로 높게 제시하면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으로 축소하지 못하면 3000선 탈환은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하반기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점점 좁혀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져 방향이 달라지면 하반기 반등에 대한 의견을 수정해야 하겠지만, 현재는 고점이 뒤로 밀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효과로 수출주 실적 증대 기대와 하반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와 경기회복 등은 국내증시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악재로 경제정책 환경 변화와 이로 인한 한국 실물 경제의 위축이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기간 증시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각국 정부의 공조체계가 형성되지 않고, 글로벌 교역환경이 악화되는 것이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의 최대 위협요소”라며 “금리의 안정 그리고 재정과 통화 정책 등이 자본시장에 우호적으로 전환하는지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현재 주식시장은 경기침체를 반영했다고 할 정도의 가격 조정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당분간은 적정가치에 수렴한 이후 박스권 장세가 전개될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악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국증시에 부정적”이라며 “아직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신호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약해지긴 어렵고, 경기침체 여부 역시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경기침체를 온전히 선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수입 물가상승으로 수입액은 확대되는 반면, 선진국 수요 둔화 우려로 수출액은 부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면 세계 경기에 민감한 한국 수출은 둔화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등을 위한 글로벌 여건 변화 필요

증권가에서 3월 코스피가 2500까지도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월초부터 지수가 급락하는 와중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 환경이 바뀌기 위해 글로벌 여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1300원을 돌파하며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 증시 향방에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 환경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여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황 반전을 위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시그널 ▲산유국 중심의 원유증산 합의(물가 불확실성의 완화 측면) ▲달러화 강세 진정(위험회피 심리) 및 미국채 2년물 3.5% 돌파 여부(추가 긴축 관점)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하반기 시장 핵심은 실물경기의 둔화 강도와 정책전환이 될 것이며 4분기 전후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정책 및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회복력에 있어서 V자 반등보다는 다중 바닥 확인의 형태로 회복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코스피 주가 기준 평균 주가수익배율(PBR,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이 1배를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 잠시 나타나는 상승세)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PBR은 0.96을 나타냈다. 코스피가 PBR 1배 미만인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건 현 주가 수준이 상장사 전체의 순자산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지수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내년도 이익 추정치가 너무 높아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결국 매크로(거시적) 악재로 인한 밸류에이션 조정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기업 실적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1300원을 돌파하며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 증시 향방에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00~0.25%포인트로 사실상 같아진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하면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 뛰어들 유인이 사라진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긴축은 금리상승과 달러인덱스 강세를 불러와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금리상승은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해 투자자금 축소를 일으키고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 이탈의 큰 이유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진정시킬 양호한 경제지표의 확인이 우선이라고 봤다.

황 센터장은 “하반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하락 전환이 지수 1차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될 경우 경기와 금융환경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면서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미국 CPI의 방향 전환과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가 코스피 반등의 키 팩터(Key Factor)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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