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된지 2주 만에 정상 출근
노조 '부산 이전' 전면 철회 요구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과제 산적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1일 본점 출근에 성공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1일 본점 출근에 성공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21일 드디어 여의도 본점 출근에 성공했다. 지난 7일 산은 회장으로 임명된지 2주만이다. 강 회장은 그동안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투쟁에 취임식조차 갖지 못하고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해왔다.

공식 취임을 통해 회장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긴 했지만, 본점의 부산 이전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인 만큼 출범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부산 이전' 둘러싼 노사갈등 여전

이날 강 회장의 첫 본점 출근은 집회를 마친 노조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고 일부 노조 간부만 정문에 남은 가운데 이뤄졌다. 강 회장이 정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과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와 산업은행, 그리고 산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근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취임사와는 별도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 계획을 둘러싼 노사갈등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강 회장은 본점이전 등 현안사항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 계획으로 그간 불안한 행보를 이어왔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강 회장은 임명된 지 14일이 지나도록 취임식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에는 직원 이탈이 가속화하기도 했다.

올해들어 산은 직원 중 전문직을 포함해 40명 안팎의 인원(임금피크제 대상 제외)이 중도 퇴사했다. 산은은 매년 40명 수준의 인원이 이직 등의 이유로 퇴사를 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비슷한 수의 인원이 떠난 것이다. 이는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 계획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으로, 계획이 구체화할 경우 본점의 전문인력과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조의 반대는 생각보다 거세다. 노조는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상태로, 산은의 지방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은 커녕 국가 경쟁력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임원들은 삭발까지 감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접점이 나오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는 강 회장이 본점에 출근한 이날도 "직원들을 넘은 입성을 사과하고 지방이전 반대를 천명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직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대신 법 개정 전까지 추진할 수도 없는 부산이전을 꺾지 않은 채 당당하지 않게 입성하는 길을 택했다"며 "이게 어찌 산업은행의 회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인가"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향후 5년간 한국판 뉴딜에 25조원을 투입한다. 사진 = 이태구 기자
사진=서울와이어DB

◆뒤로 밀린 기업 구조조정 과제 산적

공식 취임을 통해 회장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긴 했지만, 강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은 첩첩산중이다. 금융권에선 노사 갈등이 길어지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취임하지 얼마 되지 않은 강 회장 입장에서도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정부 입장만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노조를 중심으로 산은의 최대 현안이 본점의 부산 이전으로 쏠리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이동걸 전 회장이 남기고 간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매각 등이 대표적으로, 특히 앞으로 직면할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역시 노사관계가 얽혀 난항이 예상된다.

2019년부터 산은이 매각을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올 3월말 '플랜B'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매각 작업은 답보 상태다. JC파트너스가 KDB생명에 대한 대주주 자격 변경 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KDB생명 역시 지난 4월 계약 해지 이후 재매각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이 올 1분기 158.8%로 금융당국 권고안 150%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어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매각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도 풀어나가야 한다.

강 회장은 이날 취임식 이후 소집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첫 업무지시로 비상 경제상황 대응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등 빠른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출근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강 회장이 노사갈등의 합의점을 찾고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어느때보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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