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공정률 52%, 투입된 공사비 1조7000억원
조합원들, 대출연장 무산되면 1억원 이상 필요
지난달 27일, 협의 진행… 양측 입장차이 '여전'
부동산원에 공사비 재검증 신청 등 제안 제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파국으로 치닫자 서울시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사진=이태구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파국으로 치닫자 서울시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단군 이래 재건축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은 점차 심화됐고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공사가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자 서울주택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깜깜한 둔촌주공의 미래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올 4월15일부터 공사현장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키는 등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이달 예정된 계획을 앞당겨 사업현장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시작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만큼 서울 주택시장에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공사비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조합은 지난해 6월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3조2000억원)로 발생한 5200억원 증액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사비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적법한 계약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2020년 의결에서 기존 1만1106가구였던 세대수를 1만2032세대로 늘리면서 설계가 변경됐고 이에 자재비 등 추가 비용이 반영돼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확고한 상태다. 이번에 시공사업단이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면서 2023년 8월 예정됐던 분양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타워크레인을 재설치할때는 최장 6개월까지 소요된다. 시공사업단은 이달부터 공사장 전역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57대를 순차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공사업단과 조합 모두 출혈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공정률은 52%로 절반 이상 공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2020년 말 착공 이후 현재까지 투입한 공사비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조합 측의 피해도 크다. 시공사업단은 최근 조합에 대한 사업비 대출 보증연장을 거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조합은 2017년 시공단의 연대 보증으로 NH농협은행 등 금융사 24곳으로 구성된 대주단에 사업비 7000억원을 빌렸다. 대출 만기(8월)까지 돈을 갚을 수 없게 된 조합은 대주단에 대출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조합이 먼저 건설사와 합의해야 한다”고 통보했고 대출연장이 무산되면 조합원들은 한명당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조합이 기한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갈등으로 둔촌주공 조합과 사업단의 출혈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 해결돼야 피해가 최소화될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번 갈등으로 둔촌주공 조합과 사업단의 출혈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 해결돼야 피해가 최소화될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양측 피해 최소화 노력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27일 서울시의 중재로 협의를 진행했다. 조합에는 김현철 조합장과 임원 등이 참석했고 시공사업단은 4개 건설사 현장대리인과 사업소장이 참석했다. 공사중단 이후 첫 만남을 가졌으나 입장차이는 여전했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가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의견을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30일 양측에 전달했다. 직접적으로 중재안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둔촌주공의 물량이 적지않은만큼 시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는 갈등의 핵심인 ‘2020년 6월25일 변경계약’ 유·무효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고 변경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원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시는 시공사업단에는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도급제 변경 요구를 수용하고 30일 내로 공사를 재개할 것을 권고했다. 조합 측에는 시공단이 요구하는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과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기간 연장 등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다만 적정범위 결정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업대행자 등에 전권을 위임하는 사항을 총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라고 명시했다. 조합과 사업단은 사업대행자의 판단에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 1항에 근거한 것으로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 등으로 해당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지자체가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토지주택공사가 대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중재안은 공사를 빨리 재개하고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며 “양측의 추가 조율과 조합 총회를 거쳐 중재안 수용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사업이 지연되면 조합과 시공사업단뿐만 아니라 예비입주민들의 피해도 커진다”며 “빠른 시일 내 협의해 공사를 재개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서울시가 직접 중재에 나선만큼 양측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점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