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의  규제가 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겹겹의  규제가 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윤석열 정부가 정권의 캐치프레이즈인 국정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내걸었다. 뜻은 높고 푸르다. 역대 정부도 비슷한 아름다운 구호를 내걸었으나 결국은 말 잔치에 그쳤다. 윤 정부는 다를까.

국정 비전의 지향점인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선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는 재정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가능하며, 민간을 성장의 아틀라스로 세우기 위해서는 위험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노동, 세제, 투자 등에서 갈라파고스적 덩어리 규제와 집단 이기주의에 신음하고 있다. 경쟁국들은 기업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난리인데 우리나라는 기업인들 옥죄는 법만 양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감옥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한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신발 속의 돌멩이손톱 밑 가시정도라면 꺼내거나 뽑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법과 정책이라는 제도적 대못은 한 번 뿌리를 박으면 뽑기 불가능한 괴물이 된다.

그렇게 멀쩡한 혁신기업인 타다가 좌절했고,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학생 증원이 막혔으며, 원격의료가 불가능해졌고,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어려워졌다. 노조로 기울어진 노동 관련 규제는 무소불위의 노조 권력을 만들어냈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의 경직적 운영은 오히려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9년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SK그룹은 여기에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토지매입, 용수· 전력 문제 등의 해결이 늦어지면서 3년만인 다음 달에야 첫 삽을 뜨게 됐다. 반면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2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자 토지·용수·전력 문제 해결 외에 1조원이 넘는 세금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러니 누가 대한민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겠는가.

한국의 온갖 규제환경을 경험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외국보다  잦은 파행적 노사 관계, 짧은 노사 교섭 주기, 파견·계약직 근로자 관련 규제, 기업 임원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 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비용 경쟁력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니 외국 기업 임원들이 한국법인 CEO를 꺼린다는 얘기는 당연해 보인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1912월 말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규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 벤처기업가들을 언급하면서 정말 미안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기득권은 그렇다 쳐도 정부와 국회까지 규제개혁을 가로막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술전쟁 시대를 맞아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미래가 도래하고 있는데 몇십년 전에 만들어진 붉은 깃발규제가 칡넝쿨처럼 얽히고설켜 기업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죄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데 윤 당선인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규제 완화와 관련 립서비스는 달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각론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규제 완화와 관련한 공식 언급은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이 네거티브 규제(법 정책으로 명시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정도가 전부다.

인수위가 제시한 기술의 초격차 전략,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바이오·의료 집중 육성, 민간 주도 벤처·신생기업 활성화, 에너지정책 정상화 등은 모두 규제개혁 없인 어려운 것인데 정작 규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청사진은 없다.

민간기업의 활력과 시장기능을 중시한다면 정권 차원에서 규제 혁신에 대한 혁명적 결기로 전쟁에 나서야 한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이미 2%의 저성장 늪에 빠졌다. 글로벌 팬데믹은 성장 잠재력을 1%대로 끌어 내렸다. 작년 성장률 4%재정 마약효과였다. 순수한 국가 체력으로는 2%대 성장이 어렵다.

그러니까 구조개혁, 특히 규제환경을 이대로 두고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사기. 일자리도 민생안정도 다 헛소리일 뿐이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그 집념과 돌파력의 딱 절반 정도의 에너지만이라도 규제개혁에 쏟아 보시라.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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