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서울와이어 DB]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서울와이어 DB]

차기 정부를 이끌 윤석열 내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사자나 친지들에게는 가문의 영광이요 축복일지 모르겠으나 관전자 처지에서 별 감흥은 없다. 인사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장관 값어치가 헐값이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은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온갖 정책과 인사를 ‘만기친람’하면서 장관은 거의 로봇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를까. 윤 당선자는 내각에 상당한 자율권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권력의 달달한 맛을 알고 나면 또 어떻게 표변할지 모르기에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인사는 만사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상실이 결국 인사 실패 탓이었다는 점을 윤 당선자는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지 모르겠다.

윤 당선자는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다른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명확한 기준도, 원칙도, 철학도 없는 제 식구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인사"라고 혹평했지만,  '내로남불'  비판을 받는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의 제일 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민생’이라고 보면 아무래도 경제팀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 우리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긴축,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경기 둔화 그리고 1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는 4중고에 포위돼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3대 우선 과제로 서민 생활물가 안정,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 성장 잠재력 제고를 꼽았다.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추 후보자의 '세 마리 토끼몰이'는 상충하는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다. 예컨대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후보 때 50조 원 손실보상을 공약했는데 이는 '서민물가 안정'과는 배치된다. 50조 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며, 이는 돈 풀기여서 4%를 넘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건 오히려 민생에 해악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추 후보자는 실패로 귀결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위주 부동산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공급, 세제,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풀리면 최근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급등에서 보듯 시장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

새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뒤집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후폭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다.

이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 억제나 주 52시간제 보완은 간단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 고삐 풀린 소비자물가나 대기업의 임금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억제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 구조조정이나 연금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정책을 그대로 방치해선 국가의 미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강약과 완급의 조절이다. 정책 효과가 의문시되거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될 공약은 과감하게 수술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옳다. 이 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나 부동산정책 같은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다. 엉성한 덫으로 토끼 세 마리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허황한 꿈을 버리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길목 지키기로 한 마리씩 착실하게 잡겠다는 소박한 자세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