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집을 여러채 가졌다는 이유로 보유세 폭탄을 맞았다. 과연 이례적인 집값 급등과 혼란스러운 부동산시장이 다주택자 때문일까. 오히려 정책 실패가 더 큰 부작용을 일으켰다.

현 정부는 2020년 집값 안정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포함한 ‘7·10 대책’을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때 기본세율에 추가로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10%포인트씩 상향했다. 이에 다주택자는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지방세(10%)를 포함하면 최고 82.5%의 양도세를 냈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평가하고 이들을 옥죄면 시장에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증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집값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시장혼란만 가중시켰다.

다주택자를 향한 규제가 점차 늘어나면서 반발이 심화됐고 지난해 이들의 분노는 끝까지 차올랐다.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분과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102만7000명에 달했다.

1세대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의 부담이 가중됐고 ‘징벌적 세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불에 기름을 붙는 발언만 내뱉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입을 모아 “종부세 대부분은 다주택자·법인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이 맞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내밀며 부동산시장 혼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됐다. 현 정부에서 투기세력으로 내몰린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분명 주택을 무분별하게 구입해 투기를 진행하고 시장혼란에 기여하는 다주택자도 존재한다. 이들을 위한 규제와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외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주택을 유지해야 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이들도 투기꾼에 속했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로 구분하기보다 투기꾼과 일반 국민으로 나눠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완화를 추진한다. 분명 합리적인 방식으로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안정화를 위한 목표는 좋다. 다만 이들에게 달린 투기꾼 꼬리표를 없애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정부의 노력만큼이나 다주택자의 행보도 중요하다. 피해자 입장만 고수하며 세금완화를 외치고 꼼수를 통해 시장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 지금이 인식을 바로잡기 가장 좋은 시기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바람직한 시장활동을 유지하고 착실하게 주택 수에 맞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차기 정부와 다주택자의 노력이 맞물려 현 정부에서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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