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새 대통령 집무실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새 대통령 집무실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10일 만에 내놓은 국정 추진 1호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었다.

권력의 심장이 경복궁과 그 주변을 떠난다면 조선왕조 개국 이후 600여년 만이다. 같은 서울이긴 하지만 최고 권부가 4대문 안에서 밖으로 옮겨간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북한산 자락의 강북에서 강남권으로 이전한다는 측면도 있다. 현대사만 놓고 보아도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경무대 시절 포함)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74년 만이다.

윤 당선인은"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다.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권위주의 정치에서 탈피하는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만천하에 확실하게 알리는 쇼크요법으로 이만한 이벤트는 없어 보인다. 진보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못한 일을 윤석열이 단칼에 해치운다는 광고 효과도 클 것이다.

한 국가 최고 권력자의 거주·집무 공간이 어디인가는 중요하다. 경복궁 뒤에서 궁을 내려보는 위치의 청와대는 은연중 왕조시대의 아우라를 누리려 한다. 인왕산에서 내려다보면 개방적으로 보이는 경복궁과 달리 청와대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음습하게 느껴진다. 자리 탓인지는 몰라도 이승만 대통령 이후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들 가운데 말로가 행복했던 분들은 별로 없었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겠으나 청와대가 길지(地)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시대가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혁명을 원했고 그 중심에는 개벽(開闢) 사상이 있었다. 이는 천도론으로 연결됐다. 전통 시대에서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천도가 이뤄졌다. 비록 종로에서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이지만 윤 당선인도 대통령실을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계기로 세상을 확 바꿔보겠다는 열망을 심중에 품지 않았을까.

경위가 어떻든 간에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기려는 명분에는 공감한다. 대통령이 폐쇄와 격절, 불통과 권위의 상징인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국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밝은 곳으로 나오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집무실 이전이 화급하게 달려들어야 할 새 대통령의 1호 국정 추진 과제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지금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악재가 중첩된 경제를 추스르는 것이 시급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경제를 흔들면서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성장률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현재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4%로 끌어올린다고 했는데 이는 재정, 인구, 노동, 규제, 인재 양성과 활용 등 경제정책 전반에 엄청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다. 코로나19의 출구를 어디서 찾고, 50조원, 100조원을 약속한 자영업자 지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구체안을 짜는 것도 화급하다. 또 연금개혁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당연히 이런 어젠다들이 앞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집무실 용산 이전은 발표 즉시 현 여권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다른 현안을 집어삼킬 국정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허덕이다가는 국정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격이나 안보, 비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국민적 동의를 얻어 이뤄져야 한다. 결코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뭔가 큰 것 한 건 하겠다고 흥분해서 오버하면 곤란하다. 소통을 얘기하면서 정작 집무실 이전을 불통으로 추진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하길 바란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