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조선업계, "유가상승 당장 영향은 없어… 장기화는 부담"
국내 항공사, 코로나19·고유가 등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대응
석유화학업계, 원료 수급 차질 가능성 대체 수입선 변화 주력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제재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국내 산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유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피해 최소화에 주력한다. 사진=픽사베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국내 산업계는 고유가로 인한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유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피해 최소화에 주력한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정유·조선업계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반기면서도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를 우려한다. 항공·해운·석유화학업계는 현재 가격 상승세가 부담이다. 

◆정유·조선업, 반사이익 가능성 이면엔 ‘고충’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19달러)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1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7.6%(7.96달러) 상승한 배럴당 112.93달러로 거래됐다.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한 유가가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글로벌 원유 생산의 12.6%를 차지한다. 이에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유가 급등 수혜를 기대하는 업종과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국내 정유업체와 조선업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원유는 2~3개월 전 미리 도입이 확정돼 200일 정도 분량의 원유를 비축한 상태로 당장 수급 차질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유가상승세 장기화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유업계에 따르면 원유는 2~3개월 전 미리 도입이 확정돼 200일 정도 분량의 원유를 비축한 상태로 당장 수급 차질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유가상승세 장기화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유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원유는 2~3개월 전 미리 도입이 확정돼 200일 정도 분량의 원유를 비축한 상태다. 원유 수급 문제가 발생하더라고 약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당장 공급 차질을 겪게될 가능성은 낮다.

정유업체의 경우 일정량의 원유를 비축해두는데, 유가가 오르면서 비축한 원유 가치가 상승해 ‘재고 평가이익’이 커져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다. 

정유업체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악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러시아산 원유가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재 장기화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급등이 지속되면 석유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해당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장기적으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고유가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대표 업종이다. 실제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다변화에 나서면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LNG 운반선 발주가 집중돼 수혜가 예상된다.

조선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러시아 제재 여파다. 업계는 국제사회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대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선박 계약의 규모는 7조~8조원대다. SWIFT는 글로벌 은행 간 송금이 가능한 결제망이다. 국내 기업이 러시아와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을 때 주로 사용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묶인 대금이 많아서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수금 차질이 예상되지만, 우려하는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돌발 변수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항공·해운업계다. 연료비 과다 지출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도 러시아 제재 여파로 나프타 수급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진=각사 제공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항공·해운업계다. 연료비 과다 지출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도 러시아 제재 여파로 나프타 수급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진=각사 제공

◆항공·해운·석화업계, 고유가 영향 수익성 ‘비상’

국내에서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은 항공·해운업계다. 국내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이용객 수 감소와 고유가 상황이 겹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연료비 과다 지출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비에 사용된 금액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 늘었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60~80달러 수준이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로 고정 연료비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공유(제트유)의 경우 국제유가 반영 속도가 다른 업종 대비 빠르다. 이미 지난달 항공유 가격은 110달러를 돌파했다.

연료비 지출 금액은 유가 상승에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항공사 노선 운항 변경도 악재다. 러시아의 영공 폐쇄가 현실화하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영공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러시아노선은 물론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기 운항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선 변경에 따른 운용비 부담도 떠안은 셈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폐쇄 가능성에 대체 항로를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는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비용 중 약 25~30%를 유류비로 지출하는 만큼 유가 상승에 따른 인상을 결정했다.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달보다 4계단 상승한 10단계를 적용한다. 

편도 기준 1만8000원부터 최대 13만8200원을 부과한다. 지난달 1만800원~8만400원이 부과된 것과 비교하면 최대 부과 금액은 71.8% 증가했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5500원에서 8800원으로 올렸다. 

해운업계도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해상운임비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올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항공사와 같이 유류비가 오를수록 해운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컨테이너선사 매출의 10~25%가 유류비로 지출되는 등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늘어나 지난해처럼 운임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산업의 주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온다.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로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가 결정되면 나프타 수급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막히면 나프타 가격 인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연초 배럴당 81.4달러에서 지난 1일 기준 106.9달러까지 31.4% 올랐다.

이에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나프타를 정유회사와 쿼터 또는 연간단위 물량계약을 맺고,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 비교적 값싼 원료를 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며 “특히 나프타는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크다. 현재로서 대규모 물량계약과 다른 수입처를 알아보면서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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