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닷새 동안 2조원 이상 순매수
삼성전자·LG화학 등 시총 상위주들 사들여
통화정책 부담 등에 오히려 손해 커질수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반등을 노리며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개인투자자는 1조3000억원 가량을 사들이며 증시 하락을 저지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우크라이나 사태로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반등을 노리며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개인투자자는 1조3000억원 가량을 사들이며 증시 하락을 저지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증시 출렁임을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25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증시의 급등락 상황을 겪은 개인투자자들이 학습효과를 얻어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미국 통화정책 부담과 경기 불안이 맞물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도 단언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강한 상황이므로, 신중한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전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영향으로 코스피가 2.6% 급락했다. 이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은 조단위의 순매수에 나섰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894억원, 5971억원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1조3323억원을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액은 지난해 12월29일(1조7723억원) 이후 최대수준이다.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2조3785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4975억원, 1조371억원을 순매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포로 외국인과 국내외 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을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순매수로 돌아선 후 개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들은 시가총액 상위주들이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이 기간 521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LG화학(2799억원), NAVER(1810억원), 기아(1304억원), 현대차(1259억원), LG에너지솔루션(1238억원) 순으로 많이 담았다. 

◆학습효과로 똑똑해진 개미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현지간) 국경을 맞댄 러시아 로스토프 역에 정차된 기차 위에 장갑차가 즐비하게 적재돼 있다 사진= 로스로프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현지간) 국경을 맞댄 러시아 로스토프 역에 정차된 기차 위에 장갑차가 즐비하게 적재돼 있다 사진= 로스로프 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가 급락 이후 급반등한 경험에 따른 행보로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지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이슈는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이었던 부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의 외교적 대화와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시장참여자들이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에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향후 상황 전개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증시 변동성에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하는 중이지만, 사태가 해결된다고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상승 추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아직은 긴축과 경기 불안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변동성 증폭 구간인 것은 맞으나, 이달 들어 상당 부분 전쟁 위험을 반영해왔음을 감안 시 현시점에서는 매도 대응이 아닌 관망 혹은 매수 대응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 증시는 지난해 초강세장 지속에 따른 레벨 부담이 누적되고 있었던 반면, 국내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닮은 듯 다른 상황, 대처법도 달라야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을 경계하면서 각 시나리오별로 투자 접근법을 달리 할 것을 조언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을 경계하면서 각 시나리오별로 투자 접근법을 달리 할 것을 조언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시나리오별로 따져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상품가격이 상승하며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에 서방 국가들의 대 러시아 추가 제재에 따른 기업들의 매출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사태가 끝나면 문제가 없지만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한다면 신흥국 시장이 힘들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 이슈에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 속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높은 인플레와 공급망 불안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를 높인다는 점에서 부담”이라며 “이 경우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군 참전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러시아가 ‘레드라인 문제(중립국, 일부 무기 제거)’를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단기적 이슈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서 연구원은 “러시아의 침공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높은 인플레 장기화 가능성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며 “이 경우 최근 낙폭이 컸던 기술주가 반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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