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 차례 '국가치매계획'으로 인프라 정비
환자 돌보며 겪는 어려움 해소 위해 가족 상담도
한국,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돌봄시설 전국 설치
전문교육과정 부실·간호 가능한 인력부족은 문제

국가는 발전할수록 지식산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도모한다. 의료는 기술과 지식의 집합체다. 기술발전과 제도혁신이 일어나면 의료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그 나라 발전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정부·의료관계자·국민 모두 의료산업에 관심이 높아졌다. 선진국 의료혁신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치매는 오랜 의료비 지출에 따른 가계 부담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상당한 심리적 고통까지 안겨주는 질환이다. 프랑스정부는 일찍이 ‘국가치매계획’을 세워 치매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환자와 가족까지 챙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도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관련 정책을 시행했다. 그간 치매돌봄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하지만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력 부족, 전문교육과정 부실, 가족까지 살피는 세심한 정책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3차에 걸친 국가치매계획으로 환자관리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한 프랑스는 2014년 4차 계획부터 치매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3차에 걸친 국가치매계획으로 환자관리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한 프랑스는 2014년 4차 계획부터 치매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프랑스, 4차 계획부터 치매관련 연구에 집중

지난해 아시아문화학술원이 발간한 ‘프랑스의 치매 대응 정책 분석’에 따르면 프랑는 2001년에 제1차 ‘국가치매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차원에서 치매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정부는 각 지역에 기억치료센터를 세웠다. 이 곳에서는 치매환자가 주치의와 상담하면서 기억 장애를 진단받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

2004년부터 실시한 2차 국가치매계획에서는 치매 맞춤형 노인요양시설을 마련했다. 주간보호센터를 설치해 환자 가족이 일하는 동안 환자를 이곳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노인전문 코디네이션 센터’라는 노인 전문 돌봄 네트워크를 설치해 외출이 힘든 환자를 찾아가 돌볼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정부는 1차와 2차 계획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2008년에 3차 계획을 세웠다. 3차 계획을 통해 모든 지역에 치매관리시설이 고르게 설치되게 하고, 진단과 치료가 미뤄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급히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바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인지행동전문병동도 설치했다. 또 가족이 환자를 돌보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상담센터 설치도 시작했다.

3차에 걸친 국가치매계획으로 환자관리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한 프랑스는 2014년 4차 계획부터 치매관련 연구에 집중했다. 계획 명칭도 ‘신경퇴행성 질병 계획’으로 바꿨다. 연구 대상은 ▲환자 진단과 돌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신경퇴행성 질병 치료 등이다. 지난해부터 국가계획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한국, 치매관리역량 향상 위한 전략 수립 필요

한국정부는 지난 4년간 공립요양병원에 중증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전문병동 50곳을 설치했고, 그중 시설과 인력요건을 갖춘 5개 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정부는 지난 4년간 공립요양병원에 중증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전문병동 50곳을 설치했고, 그중 시설과 인력요건을 갖춘 5개 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리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 통해 치매 환자 관리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됐다. 또 공립요양병원에 중증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전문병동 50곳을 설치했고, 그중 시설과 인력요건을 갖춘 5개 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치매환자에 특화된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확충에도 나서, 2018년부터 공립노인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전담형 시설 130곳 건립을 추진한다.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치매안심마을’도 전국 505곳에 세워 운영한다.

이렇듯 인프라 구축에는 속도가 나고 있으나 치매환자를 관리하는 질적인 수준은 부족한 현실이다. 박혜미 대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환자 진단과 간호가 가능한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전문교육과정이 부실하다”며 “효과적인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돌봄자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관련 규정이나 프로그램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정부부처, 지자체, 치매돌봄센터, 의료기관 등이 함께 치매관리역량 향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치매 환자와 가족의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도 반영한 세심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