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반도체산업정책 힘입어 명가재건 속도
펫 겔싱어, 공장 설립 등 투자 계획 연달아 발표
'6조원' 투자 파운드리기업 인수, 추격발판 마련

올해 반도체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도 경쟁을 위해 올해 추가 투자에 나선다. 국내외 반도체기업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반도체시장에서 맞붙을 각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과거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칩 공급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에게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내주면서 기존 영향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과거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칩 공급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에게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내주면서 기존 영향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반도체 강자로 군림했던 인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칩 공급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은 과거가 됐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자리도 삼성전자에 내줬다.

인텔 고객사였던 애플과 구글도 자사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인텔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지난해 초 펫 겔싱어가 인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 그는 취임 후 1개월 만인 3월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밝혔다. 위상 회복을 노린 모습이다. 

◆위기 속 인텔, 구원투수 ‘펫 겔싱어’

펫 겔싱어 CEO는 취임 당시 “인텔의 열정, 역사, 기회를 발전을 위해 리더십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인텔의 최고의 날은 우리 앞에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 달 뒤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등에 업고 자국뿐 아니라 해외공장 증설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과거 위상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앞마당뿐 아니라 해외공장 증설을 본격화했다. 투자금액만 최소 수십조원 규모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은 인텔의 가장 큰 무기다. 미 정부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520억달러(약 62조원)를 투입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을 가결했다. 

USICA는 반도체 공장 자국 유치를 위해 100억달러(약 12조원)의 연방 보조금과 시설투자 시 세액공제를 약속하는 지원책이 담겼다. 미 정부 지원책에 최대 수혜자는 인텔이 될 전망이다. 이에 인텔은 뉴멕시코주,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업계는 반도체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는 올해가 인텔 점유율 회복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텔은 펀드와 제휴한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고객사에 대한 차세대 첨단 패키징 공정 지원을 비롯한 기술 공유를 추진 중이다.

팻 겔싱어는 “반도체 설계 생태계는 인텔의 파운드리부문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며 “생태계 조성 펀드와 오픈 칩릿 플랫폼을 통해 칩 아키텍처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취임 후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취임 후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인텔, 세계 파운드리시장 재편 정조준

현재 인텔이 공들이는 분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 양강 체제를 형성한 파운드리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3월 ‘종합반도체기업(IMD) 2.0’ 전략도 내놨다. 

IDM 2.0 비전은 200억달러(약 22조9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신규 공장을 신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인텔이 경쟁사 투자 확대에 맞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올해를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텔이 200억달러를 들여 오하이오주에 짓는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팹)은 부지 규모만 404만㎡로 총 8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앞으로 10년간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추가로 투입해 최대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인텔은 단일 공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공장을 소유하게 된다. 이는 고객사 확보를 위해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펫 겔싱어는 미국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에는 네덜란드 ASML의 첨단장비,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EUV는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핵심 장비다. 경쟁사들보다 빠른 행보로 파운드리사업 추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인텔은 자국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연합(EU) 독일 등 해외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인텔은 말레이시아에 8조원 이상을 투입해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공장을 짓는다. 유럽에도 추가적인 해외생산 기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파운드리 생산업체 ‘타워세미콘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경쟁사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파운드리 생산업체 ‘타워세미콘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경쟁사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대형 M&A로 경쟁사 추격 고삐 당겨

앞서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반도체업체 ‘타워세미콘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자동차와 소비재부터 의료·산업용 장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생산한다.

타워세미콘덕터는 파운드리분야 7~8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이스라엘,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일본 등에 생산설비를 갖췄다. 업계는 인텔의 사업 확장 속도에 주목하면서 기존 파운드리 시장 재편 가능성을 점쳤다.

인텔은 지난해도 파운드리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인텔이 인수하려 했던 기업은 글로벌파운드리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4%다. 인텔의 인수는 글로벌파운드리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최종 무산됐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거액을 투자해 M&A에 나선 것은 단기간에 TSMC와 삼성전자 추격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대만의 TSMC는 53.1%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7.1%로 2위를 차지했다.

팻 겔싱어는 이번 인수에 대해 “타워세미콘덕터의 기술력, 지리적 접근성이 파운드리 서비스를 넓히는 인텔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를 통한 외형 확장으로 경쟁사와 차이를 좁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팻 겔싱어는 1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인텔 인베스터 데이’에서 반도체산업과 인텔의 미래 10년 전망,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사업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추가적인 투자 계획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기술력 확보를 위해 M&A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파운드리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텔의 투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