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자가 선물로 준 책을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1’이다.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쪽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해왔던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바로 ‘집’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정형적이고 고정된 공간, 집이 변화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사실 ‘집과 동네’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트렌드였다. (중략)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이제 집은 목적에 의해서도, 사람에 의해서도 아닌 새로운 ‘다기능성’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어버린 집에서 우리는 먹고, 자고, 사고, 놀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휴식하고, 꾸미는, 모든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불가능해 보였던 이 모든 과정들이 거의 다 해결되고 있는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다.’

책에 언급되어있는 내용이다. 사실 집은 기자도 이 글처럼 오랜 시간 – 산업의 시각에서 – 주목해 왔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초 핵가족화와 노령화로 인해 청년층과 중장년층, 노인층의 구분 없이 1인 가족이 증가하고 있으며, 삶의 패턴 변화와 연령별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부모 형제자매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대가족이 모여 사는 집에 비해 1인이 사는 집은 이들이 도와줬던 부분을 채워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CES)가 최근 수년간 스마트 카와 함께 주목한 것이 바로 ‘스마트홈(Smart Home)’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업체가 가장 역동적인 기술로 참여해 위에서 언급한 고민을 풀고자 노력해왔다.

기업들은 스마트홈 기술을 그 자체의 독립적인 혁신을 도모하기보다는 TV, 스마트 스피커, 온도 조절, 보안 시스템, 조명 기기 등 각기 다른 기능의 다양한 제품들이 와이파이(Wi-Fi) 또는 5G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더 나아가 병원과 사무실, 쇼핑몰, 모빌리티 등과도 연결되어 개인의 삶의 수준을 서너 단계 높일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공황) 직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는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는 삶의 극적인 변화를 큰 문제 없이 안착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집의 기본적인 기능이 강화되면서 위생 가전‧가구‧인테리어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호텔 아이템이나 로봇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화하고 있다. 또한, 집에서 학습‧근무‧쇼핑‧취미‧관람‧운동 등의 전에 없던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기능화되는 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아가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집 근처, ‘슬세권’으로 경제활동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집이 될 것”이라면서 “환금성 높은 자산으로서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하우스’의 의미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는 ‘홈’으로의 변화하리라 전망했다.

집은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배수진이다. 매도 가능한 자산 중 끝까지 갖고 있다가 마지막에 내놓는 최후의 보루다. 값어치가 크지만,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면 월별로 대출원금 이자로 내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이 오르는, 평생 월급쟁이로 모은 돈을 몇 달 만에도 벌 수 있는 일종의 로또이기도 하다. 누구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한 사람들은 일종의 방어심리로 이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몰방한다. 부동산만큼이나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대상도 없다. 목숨까지 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집의 의미를 더욱 확장 시켰다. 재택이 대세가 되어가는 세상, 자가가 됐건, 전세건, 월세건, 사는 집이 바탕이 되어야 변화하는 모든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세상, 극단적으로 집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집에 대한 욕구가 큰 이유는 가격의 오르고 내림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23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조만간 24번째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해 관계자마다 주장이 다르겠지만, 국민이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집 문제가 계속 불안한 데 과연 집을 기반으로 한 소비사회로의 전환이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을까? 최근의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미래 패러다임 변화도 가로막고 있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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