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인 2008년, 기자는 정부의 압박으로 실시한 통신요금 20% 인하 조치가 실질적으로 소비자 후생 증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신사가 공개한 통계 수치를 토대로 분석해 본 적이 있다.

당시는 피처폰 가입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인터넷 전화 보급 초기였으며, 유선전화의 점유율도 의미 있는 비중이었고, 인터넷TV(IPTV)가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다. 음성 통화량이 데이터에 비해 월등히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유무선 통신·TV 결합상품이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요금인하 실시 이전과 이후의 기간을 가입자당 매출(ARPU), 발신 통화량(MOU), 유선전화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했을 때 얻는 LM(Land↔Mobile) 수익, 휴대전화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했을 때 얻는 MM(Mobile↔Mobile) 수익 등의 수치로 월별, 연도별 통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요금이 내린 만큼 ARPU의 MOU는 그대로였고, 따라서 20% 인하율에 맞춰 통신요금이 낮아져야 하는데 소비자 개인이 지출한 통신요금은 오히려 올랐다.

이유는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요금이 비싸서 사용을 주저했던 데이터를 통신 요금이 내리자 쓰는 횟수가 늘어났다. 통신이나 데이터나 쓰는 만큼 요금이 쌀이는 요금제를 주로 사용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주목할 만 한 점은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공연, 영화 관람, 외식, 은행 거래 등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는 비통신 부문 결제금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항목은 통신요금에 포함되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넓은 의미에서 - 휴대전화를 썼고, 요금 고지서에 결제 내역이 포함되어 있으니 - 통신요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요금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볼 수밖에. 통신사들은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소비자나 정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건 조사 결과,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했음에도 통신사들이 데이터에서 발생한 수익 증가분으로 통화요금 인하분을 모두 메울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통신사는 통신요금 수입이 줄고, 소비자는 여전히 많은 요금을 내야해 양측 다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큰 타격을 계층 지원을 위해 편성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요금 2만원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에 대해 또 다시 여야 정치권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해관계자들까지 뛰어들어 편 가르기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일상화가 됐고, 인터넷 전화나 유선전화는 지속적으로 휴대전화에 밀려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통화요금이 사실상 공짜 수준이라 통신사 수익에 거의 기여를 못하고 있다. IPTV와 인터넷·유무선 통신 결합상품으로 직접적인 통신요금은 개별로 사용했을 때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져 많이 쓴다고 요금을 더 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요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통신을 통한 콘텐츠 구입·구독 요금과 비통신 부문 요금 결제를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거와 마찬기지로 비통신 부문 결제액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통신비로 생각한다. 달라진 것은 상품이나 콘텐츠 지출은 통신요금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의식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비해 요금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불만 보다는 인터넷 속도와 품질, 인기 콘텐츠 서비스의 제공 유무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소비자들의 심리는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인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2만원 지원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렇다. 2만원은 월 4만원 미만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잠깐 즐거울 수 있겠지만, 데이터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더 비싼 요금제를 쓰는 젊은이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아낀 돈으로 모바일 쇼핑을 하면 내수 진작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9000억원에 달하는 전체 지원 규모만큼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논쟁의 핵심은 2만원이라는 금액이 아니다. 2만원을 지원하면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라고 판단한 정부와 정치권의 밑도 끝도 없는 계산이 문제라는 것이다. 통신요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할 지 기준도 잡지 않고, 통신요금 때문에 얼마나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특정 피해계층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추경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 같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던 통신요금 인하를 9000억 원대의 미끼상품으로 내놓는 정부나 여당, 참 통이 크다.

이번 정책으로 통신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또 다른 정치권의 주장도 황당하다. 2008년 결과에서 보듯이 업계는 2만원 통신요금 지원으로 통신사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며, 오히려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어쨌건,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며, 받으라고 하면 굳이 사양하지는 않을 듯하다. 다들 받고, 어쨌건 내가 낸 세금에서 제공하는 것이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도 않고, 정부의 민생 활성화에도 기여할게 별로 없으며, 정치권도 표심을 얻기에 한참 부족한, 헛돈을 쓴 것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산업부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