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4일. 두 달여의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 지금의 회사로 출근한 첫날,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재택근무를 실시토록 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새로 담당한 출입처 마다 업종 전체가 불황을 겪었고, 견디지 못한 몇몇 기업은 문을 닫아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의도치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새 출발을 하자마자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셧다운 시켰으니, 스스로도 참 대단히 운이 없구나, 이러려고 기자생활을 한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공황) 이후 현장 기자들의 취재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산업 부문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기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 현장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보고 듣고 해야 하는데, 비대면 추세가 일상화 되면서 이런 기본적인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많은 분들의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한국의 사정상 존재해 왔던 출입처 기자실도 운영을 중단하면서 현장 취재 활동을 위한 베이스캠프도 없어졌고, 외부인 출입도 제한하면서 국내 출장조차 중단 됐다.

취재 기자들은 본의 아니게 출입처 근처 카페를 떠돌아다니는 ‘유랑민’ 신세가 됐다. 기자들이 카페로 몰리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를 ‘스자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기자실의 역할을 본의 아니게 스타벅스가 떠맡게 되면서 벌어진 웃지 못 할 현상을 대변한다. 기자도 지난 6개월간 카페 방문 수치가 태어나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다녀간 횟수보다 훨씬 많다. 이 글 역시 종로의 한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썼다.

모든 것이 새롭다. 지나온 시간 동안 몸으로 익혔던 관행과 습관은 전혀 쓸모가 없어졌다. 현장 기자가 현장을 가질 못하니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매우 제한 적이다. 전화나 메신저 취재로 어느 정도 만회한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기 위해서는 출입처의 홍보 담당 직원 수는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에 문의에 대한 답을 적기에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10년 이상 경력이 쌓여 출입처 취재원들과 눈을 맞춰 본 기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올해 입사한 신입 기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입처 담당자들과 미팅 일정도 제대로 잡기도 어려워 취재 및 기사 작성에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선배들이 많은 대형 언론사들은 이들이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지만, 신생 또는 소형 언론사들은 인력 층도 얇고 평균 경력도 짧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었던 올 상반기에, 기자는 후배들에게 지금은 쉼표라고 생각하고 내공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지금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닥친 어려움이니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사회가 정상화되면 시간을 잘 활용해서 역량을 키운 기자들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신문과 책을 읽고, 출입처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동영상도 시청 하면서 배경지식을 공부해 두면, 현장에 나가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5월부터 방역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뒤 한국 사회는 점진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덕분에 기자도 6월에 올해 첫 국내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기자실도 문을 여는 출입처가 점차 늘어났고, 취재기자들의 취재 환경도 개선되어 나갔다. 방역지침을 지키면, 현장 취재는 제약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 단기간에 해소하기에는 이번 상황은 너무나 복잡하고 규모도 커 보인다. 기자실 운영도 중단됐고,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또 다시 재택근무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제조업 사업장이 생산을 중단하고, 서비스업 매장이 영업을 못한다. 지난 2개 분기 동안 마른수건에 물을 짜내듯, 줄일 수 있는 비용을 모두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간신히 버틴 기업들은 서서히 여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9월 이후 정상화가 좌절된다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알 수 없다.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은 일부 집단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코로나19라는 공통된 이슈는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한 뒤 다투어도 된다. 그런데 이들은 코로나19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이용했다. 이는 매우 나쁜 행동이라고 본다.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이 아무 쓸모없게 되었다. 고통은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해도 내재화하지 않는다. 경험할 때마다 아프다. 이제 반년 전에 했던 과정을 되풀이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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