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와 항공사는 서비스업이다.

사람과 물품을 수송하는 운송업은 선박과 항공기, 차량 등 운송수단과 이들 운송수단이 실어 나르는 사람과 물품을 목적지에 가장 가깝게 가장 적은 비용으로 보내는 인프라 등 유형의 경쟁력이 필수다. 이러한 운송수단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은 무형의 경쟁력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어도, 활용할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인력 비중이 높은 것 역시 서비스업의 특징이다.

경기가 호황일수록 운송업체들은 유·무형의 경쟁력을 모두 키우는데 열중한다. 새로 제작·건조한 항공기와 선박, 차량을 투입해 운송비를 낮추고, 시스템 자동화를 통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교육 체계를 마련해 인적자원의 능력 육성에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이면, 항공기와 선박, 차량을 매각하고, 인력 감축도 추진한다. 최소한의운송수단과 인력으로 어떻게든 불황을 버텨내려고 한다. 서비스업은 인력과 매각 가능 자산 비중이 제조업보다 높기 때문에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효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다. 반면, 워낙 많은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심리적 공포는 제조업 인력 못지않게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2분기에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더 기대되는 것은 HMM의 흑자 전환 여부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무려 21분기 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항공·해운업계가 대규모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낸 결과물이다.

일부에서는 3개사의 실적 선전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속에 희망퇴직·유급휴직 등을 감내한 임직원들의 희생을 담보한 결과라며 평가를 유보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이유로 받아들이기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기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HMM 모두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주목한다. 화물 운송은 화주와 운송사, 그리고 둘을 이어주는 중개인, 브로커와의 밀접한 관계가 필수다. 화주는 자신의 화물을 원하는 지역, 즉 제품을 구매하는 바이어에게 정확한 기간 내에 빠르고, 안전하게 운송해 주는 운송사를 선호한다. 운임이 저렴하다고, 사고 빈도가 잦은 운송사를 누가 선호하겠는가? 브로커 역시 마찬가지다. 브로커의 입소문에 따라 운송사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한다. 시·공간 적인 차이로 인해 무역 거래는 오래 전부터 많은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거래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었던 것은 ‘신뢰’다. 화물운송에서 신뢰는 핵심 덕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HMM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화물운송 사업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화주와 브로커들로부터 인정받은 신뢰 덕분이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각지에 설치한 해외 지사·사무소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과 외국간 화물뿐만 아니라, 외국과 외국간 운송 화물 등 항공기와 화물선에 태울 수 있는 모든 화물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대면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외국에서도 장기간 다져온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물이 채워지지 않은 빈 컨테이너를 싣고 오가는 게 무슨 화물 운송이냐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공기나 화물선 모두 빈 채로 운항하면 적자다. 빈 컨테이너도 화물이기 때문에 운송비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빈 컨테이너 유치전 또한 치열하다고 한다. 불황일수록 고객은 신뢰도가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보수적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처럼, 화주들도 믿을 만한 운송사들을 선택한다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HMM은 화주들의 선택을 받는 소수의 운송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운송사들은 해외 경쟁사들보다 빨리 떠나보냈던 임직원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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