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왜 강할까? 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기업의 평균수명을 조사한 결과, 1935년에는 90년이었다가 1970년에는 30년, 2015년에는 15년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평균수명이 10년 안팎까지 더 단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0년 기업은 언강생심이고, 10년만 넘어도 오래 버텼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영환경도 급변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초격차’ 지위를 자랑하더라도 한순간에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니 기업들은 망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에 강하다. 기업이 안 망하는 공산주의 맹주였던 소비에트연방(소련)은 국가가 망했다. 망하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것이 기업이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무사안일하면 죽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것이 경쟁이다. 경쟁이 없다면 사회, 기업, 국가는 망한다. 기업도 경쟁을 싫어하지만 경쟁이 있기 때문에 기업은 더 강해진다.

2020년 2분기,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본사 기준)를 기록했다. 국내외를 통털어 반 백년 동안 흑자를 이어간 기업들은 드물다. 더군다나 포스코는 대일청구권자금을 활용해 출범한 정부투자기업이라는 특수성과 철강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수십년간 정부 차원에서 경쟁사의 고로 상공정 사업 진출을 막아줘 커온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설립자인 고(故)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은 “적자는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화이기 보다 포스코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수 년 전 포스코의 한 고위임원은 포스코의 문제점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스코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적자를 내 본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금액이 얼마가 됐건 흑자를 내니 이를 당연시 여겼다. 위기의식이 없다.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하고 있다.”

적자를 안내기 위해 수많은 기업 사례를 연구하고 분석했고, 매년 마른수건도 짜내듯 원가절감을 이뤄내면서 생산성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운동도 어느 순간부터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관성의 차원으로 이뤄줬을 뿐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도 포스코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거진 전 세계 제조업 셧다운에 포스코도 버틸 수 없었다.

그런데, 과연 코로나19 탓만 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사실은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배출한 9명의 회장 가운데 유일한 비(比) 엔지니어출신이다. 전략과 재무에 경력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라는 닉네임을 얻은 최 회장 덕분에 포스코의 실적은 이 정도에서 선방했다는 분석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포스코가 진행했던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마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금융 담당측과 생산·판매 담당측간 경영 갈등이 포스코에도 보이는 것은 기자가 너무 과도하게 해석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기도 한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단기성과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거나. 배당금 수준과 자사주 매입 자금은 유지 또는 증액하면서,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 설비 투자는 줄이고 있다. 물론 대규모 투자가 매년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 나가고 있는 점은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자국내 수요 산업이 위축된 중국과 일본, 유럽의 대형 철강업체들은 자국 생산 시설은 줄여나가는 대신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는 늘려 활로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포스코의 움직임은 미비하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1개 분기의 성과 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는 없다. 걱정은 되지만, 포스코는 포스코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내리라 믿는다. 어찌보면 이번 2분기 영업적자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포스코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임직원들의 뇌리에 심어준 것일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만의 생존 방법이, 새로운 혁신이 포스코가 지향하는 100년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포스코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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