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은 외부경영자원 활용의 한 방법으로 한 기업이 대상기업의 자산이나 주식을 취득하여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즉,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결합해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이 되는 것인데, 최근에는 보다 넓은 의미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과 함께 금융적 관련을 맺는 합작관계 또는 전략적 제휴 등까지 포함한다.

M&A는 인수 기업에게는 효율성 및 이윤추구동기가 되며, 안정성과 성장력의 동기를 부여하는 장점을 얻을 수 있고, 사업간 시너지 효과와 함께 투자나 시간의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M&A가 반드시 이런 긍정적인 의도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느 한 사업 영역에 수요보다 넘치는 재화나 서비스 공급이 이뤄질 경우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 시설 및 인력 투자를 확대해 공급을 확대하고, 제품·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을 벌인다. 호황일 때에는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황일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판매가 줄어 매출과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치킨싸움은 공멸을 불러온다. 가격경쟁을 자제하면서 서비스·제품 생산을 줄이는 - 공장 가동을 중단·폐쇄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 자구안에 몰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이 장기화되어 업황 회복이 더딜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기업들은 경쟁사 M&A에 나선다. 헐값 매각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목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사를 인수해 회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자구노력은 생존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또 다시 경쟁을 해야 한다. 불황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때 경쟁사를 인수하면, 헐값에 인수해 불황 이후의 시장에서 주도력을 가질 수도 있지만, 불황이 계속되면 핵심 인력과 기술, 매출처만 챙기고 피인수 기업을 도산 처리해버리면 자연스레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된다.

이러한 목적의 M&A을 시도하는 것은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훨씬 적은 비용으로 경쟁요소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도, 중국 BOE와 상하이기차가 각각 하이디스와 쌍용자동차 대주주로 들어왔다가 껍데기만 남긴채 빠져나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스타트업 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장래에 자신들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될만한 새싹들의 성장을 미리 자르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되었던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협상이 ‘무딜’(인수 무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건설과 호텔업을 주력으로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새로운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뛰어들었고, 여기에 최근 수년간 산업 부문에 진출하고 있던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뛰어드는 넓은 의미의 M&A를 추진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추진한 첫 ‘LCC간 M&A’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사상 초유의 위기로 협상 과정은 어긋났고, 이제는 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수 비용 부담 증가에 따라 인수 후 모기업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재의 상황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퇴출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게 아닌가 한다. 두 회사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다고 보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의 사정이 어느 정도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말이다. 인수를 하지 않더라도 제휴 등 부담을 낮추는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난처해진 것은 정부와 채권단 같다. 두 회사가 새 주인과 결혼(M&A)에 골인하고 나면 나머지 항공사들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방침이었으나 이같은 계획이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니 말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도 해도 한국의 사정상 정치권도 모른 척 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전라도 지역에 적을 두고 있는 지역기업이다. 탄생 때부터 지역안배 차원에서 사업권을 내줬다. 이미 한국GM과 현대중공업이 사업장을 폐쇄해 지역 산업기반이 악화된 상황에서 두 항공사까지 위기에 빠진다면 지역 민심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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