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위치가 중요하다. 좋은 위치란 사람, 특히 사고파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알아서 몰려 드는 곳을 말한다. 교통의 요지에 이런 시장 많이 생긴다.

또한 시장은 물건과 서비스, 돈이 막힘없이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장 관리자들은 법규와 제도를 끊임없이 개선한다. 금융과 물류 등 관련 인프라도 완비하고, 최신 정보도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시장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이런 시장은 대부분 민주주의 사회제도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존재한다. 안정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업자들은 돈을 주고받는 거래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는 가운데 돈을 쓰고, 버는 경제활동을 편하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홍콩은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시장 도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머지않아 ‘하나이었다’는 과거형 문장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중국식 공안정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이날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지 23주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반환 당시 약속했던 1국 양체제는 홍콩보안법으로 깨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미 많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으니 정치·사회적 영향은 논외로 하고, 경제적인 면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홍콩보안법은 위에서 말한 시장 성공의 요건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깨뜨렸다. 물론 상하이와 같은 중국 도시도 엄청난 무역·금융·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이곳에서 많은 기업들이 안전하게 거래를 하고 있기에 홍콩의 위상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성장한 홍콩과 공산주의 체제에서 거듭난 상하이와는 차이점은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간에 존재한다.

홍콩은 한국의 제4위 수출국가다. 오랜 기간 동안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기지로 활용해 왔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이 급증한 데에는 홍콩에서 중국으로 재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홍콩통계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 중 114.1%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며 이중 98.1%가 중국향 물량이다. 중국 본토로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부가가치세 환급 등 절세혜택도 있으며, 무엇보다 직접 본토로 들어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예상 못한 사태를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홍콩 수출이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발발한 1998~1999년(24개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전에는 1982~1983년 기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했던 시기에는 대홍콩 수출도 늘어나는 패턴을 보여 왔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대중 수출은 늘었는데, 대홍콩 수출이 줄었던 것은 2013년이었으며, 2015~2016년 대중 수출이 줄었을 때는 대홍콩 수출이 늘었다. 대중 수출과 대홍콩 수출이 함께 감소한 것은 2014년이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까지 대중·대홍콩 수출은 모두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대중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대홍콩 수출은 여전히 감소했다.

중국내 수요 감소, 미·중 무역 갈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출입 물량 급감, 홍콩 내 소요 사태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최근의 홍콩보안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고, 코로나19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국제 무역 물동량 회복도 요원한 만큼, 무역 허브로서 홍콩의 활용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들이 느끼는 대중 수출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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