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재고 늘려 만일의 사태 대비
사업장도 출근 때마다 건강 검진
발 묶인 영업사원, 판매 어려워
경영진도 늘어난 의사결정 사항에 피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아침에 스쿠터 등을 타고 울산조선소로 출근하고 있다. 신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조선소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매일 건강 상황을 체크한 뒤 조업을 시작한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아침에 스쿠터 등을 타고 울산조선소로 출근하고 있다. 신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조선소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매일 건강 상황을 체크한 뒤 조업을 시작한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매일 아침마다 상황을 체크하고, 그에 따라 사업의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A사 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된 후 위기 대응 경영체제가 한층 강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기업도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업무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을 경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도 했으나 다행히 지금까지는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에 익숙지 않아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때에 비해 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화상회의도 생각해 봤으나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급한 사항은 전화로, 회의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문자로 하면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은 국내외 협력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부품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으로부터 와이어링하니스 공급이 끊겨 완성차 생산이 중단된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접한 뒤 그때그때 필요한 부품을 가져가 쓰는 이른바 ‘적기생산방식’(JIT)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조업체 B사 직원은 “한국에서 사태가 안정되더라도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지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구축해온 공급망관리(SCM)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기존 보다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더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부품을 비축해 두었다”고 말했다. B사는 서울 본사와 지방 사업장과 매일 아침 자재와 부품 수급상황을 점검한 뒤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또, 해외 사업장과도 수시로 연락해 현지의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부품 수급 애로점, 시장 분위기 등을 살펴 만일에 벌어질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할 수 밖에 없는 대규모 사업장도 매일매일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연쇄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사업장을 폐쇄해 방역을 해야 한다. 출근 길 문 앞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체온계를 설치해 재보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이 들어 조업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조선업체 C사 관계자는 “제 앞에서 체온을 잰 직원이 열이 높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슴이 철렁했는데 정밀 검사 결과 일반 감기 판정이 나와 안심했다”면서 “직원 모두가 확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 사업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점검할 사항이 많아진 만큼 경영진의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충분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진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대부분 출근해 회의를 하는데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대신 회의를 할 때마다 기존에 비해 훨씬 많은 안건을 처리한다”면서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만큼 경영진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고객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대부분의 미팅 약속을 미루고 전화 통화로 관리하고 있다. 고객들도 사정은 다를 바 없이 바쁘기 때문에 연결이 쉽지 않다. 렌탈업체 E사 영업직원은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면서 고객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다”면서 “그래도 제품을 팔아야 회사가 살 수 있고 책임량을 팔아야 한다. 코로나19 불안감을 조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업들은 매일매일 상황을 원점에서 놓고 뛰고 있다. 위기경영체제가 상설화 된 셈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이어질지 판단이 안 선다. 좀 더 지켜보자는 말 밖에 직원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없다.

대기업 F사 임원은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겐 재앙이다. 생산도 판매도 모든 게 다 중단됐다.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희망하지만 바란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회사의 모든 역량을 긁어모아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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