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 우리 사회의 많은 모순들을 들춰내며 대대적인 적폐청산을 했다. 그 덕분에 특권과 반칙이 성행했던 우리 사회는 많이 맑아졌다. 적폐청산의 소임을 맡았던 검사는 초고속 승진을 하며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뒤에 뜻밖의 정치적 풍파를 겪으며 대통령까지 됐다.문 대통령 취임 후 어느 기념식 자리에서 한 여당 진영의 국회의원을 만났다. 그는 문 대통령이 한 말을 꺼내며 “어디서 그렇게 좋은 말을 구했는지 모르겠다”고 놀
오피니언
법무법인 광장 고문 / 전 금감원 부원장 조영제
2022.03.14 11:35
-
검찰총장 출신의 초짜 정치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망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5년만의 정권 교체다. 서울법대 출신의 윤 대통령 당선인은 사법고시를 8전9기의 간난신고 끝에 패스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권은 정치입문 1년도 안돼 거머쥐었다. 대권이 사법고시보다 더 쉬웠던 것일까.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최고 공신이 문재인 정권이라는 건 역사에 남을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의 권력비리가 있다면 엄정 조사해달라'고 했다. 윤석열은 이를 믿고 권부의 '황태자'인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3.10 06:01
-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주권국이지만 신냉전의 쓰나미 속에서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벌이는 세력다툼의 제물이 되고 있다. 국민은 피난길에 나섰고 영토는 찢기고 있다. 1991년 옛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낀 흑해 연안국으로 유라시아를 가르는 전략적 요충이다. 독립 이후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활로를 모색했으나 친러, 친서방으로 갈린 국론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반군의 발호 등으로 정치 외교적 혼미가 계속됐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2.23 18:01
-
출근길 시장을 지나칠때, 간혹 고양이가 눈에 띈다.흔히 보이는 주황색 줄무늬의 코리안 쇼트헤어(코숏)다.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치즈 코숏이라 부른다던가. 이름 모를 고양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매 번 ‘생선가게’ 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다. 녀석은 조심스레 생선 진열대 사이에서 움직인다.한갓 고양이조차 생선과 진열대에 함부로 발을 들이대서는 안되는 걸 알고 있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오래 생존하는 미덕이리라.요즘 시장을 보면 고양이도 지키는 금도(禁盜)를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은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새해 들어 코스피와
오피니언
유호석 기자
2022.02.22 13:24
-
최근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중국 텃새’로 대한민국의 금메달이 날아가자 국민의 반중(反中) 감정이 폭발했다. 페어플레이와 공정이 가치인 올림픽에서 승복하기 어려운 편파 판정은 그 자체로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부정이자, 메달과 순위를 강탈하는 비열한 행위다.국민의 격앙에 편승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거센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여·야·정, 남녀, 계층, 세대, 지역이 이렇게 일치단결 한목소리를 낸 게 얼마 만인가.이런 모습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데 마음 한편에서는 좀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2.10 18:39
-
글로벌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잠시 지나가는 스콜성 폭우에 그칠지, 일정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 토네이도가 될지, 많은 신흥국을 일거에 망가뜨릴 거대한 쓰나미가 될지 알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82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물가급등에 위기감을 느끼고 조기대응을 예고한 상태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커지는 불확실성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지난해 초부터 로렌스 섬머스 전 재무장관 등 중량급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속속 표명해왔음에도 “작금의 물가급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
오피니언
법무법인 광장 고문 / 전 금감원 부원장 조영제
2022.02.07 16:32
-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일까. 재계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경기(驚氣)를 일으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담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자 목청 높여 반대론을 합창했다. 불가론의 사유는 구구하다. 경총은 이사회가 노사 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의사결정을 해칠 수 있다고 했고, 전경련은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이 저해되고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1.26 07:20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7개월 간격으로 발생한 2건의 공사장 대형참사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정 회장의 이날 사퇴 선언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정 회장은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으나 실망스럽다. 진정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정 회장은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나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이라는 요란한 '이벤트'를 열어 사퇴 쇼를 벌일 게 아니라 참사 즉시 현장 수습을 진두 지휘하고 피해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1.17 16:17
-
새해를 맞았지만, 희망보다는 우울함이 앞선다. 3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19와의 악전고투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방역단계 강화로 거리는 엄동의 날씨만큼이나 썰렁하다. 기약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의료진은 탈진했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자영업자들의 인내심은 바닥났다.정치판은 뜨겁다. 대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권 후보들의 선거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거대 정파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사생결단으로 맞붙었다. 이기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쪽박을 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전은 극단으로 치닫는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2.01.01 05:41
-
[법무법인 광장 고문 조영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도 했다.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사후제재보다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종합검사의 명칭 변경, 검사제재규정 개정 가능성까지도 열어 놨다.전임 금감원장 시절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했던 금융사들은 금융감독이 시장 친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종합검사가 예정되어 있다가 연기된 금융회사들
오피니언
법무법인 광장 고문 조영제
2021.12.28 17:38
-
문재인 정부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세계의 자랑이었던 K방역이 코로나 확진자가 무섭게 불어나면서 그로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은 6개월은 굉장히 긴 기간'이라고 했는데 ‘최악의 6개월’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그동안의 흐름을 보면 코로나의 확장과 수축이 방역 수준에 좌우돼왔기에 아직 K방역을 실패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반발, 임박한 대통령 선거 등으로 정부가 강력한 거리두기를 강행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지난 2년간 써 내려온 K방
핫이슈
김종현 기자
2021.12.08 14:07
-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의 화두는 ‘청년’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다투어 2030에 다가가기 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역대 선거에서 후보들이 이번처럼 청년층에게 공을 들인 적은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8일 광주에서 열린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만 18세 여고생을 포함해 광주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10명 가운데 9명을 30대 이하에서 발탁했다. 그의 간판공약인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되 19~29세 청년에게는 100만원을 더 얹어 200만원을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1.29 13:57
-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말은 천박하지만 부인하기 어렵다. 재산이 뜯겨 나가면 살점이 떨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집값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사람들은 오른 집값은 아랑곳없이 늘어난 세금에 분노한다. 더군다나 주택관련 세금은 생존의 기본인 주거 공간에 매겨지는 것이어서 과중할 경우 박탈감은 더 클 수 있다.갈수록 뜨거워지는 대선 정국 속에서 국세청이 22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했다. 종부세 대상자는 작년보다 28만명 늘어난 94만7000명에 달한다.이들에게 고지된 세금은 모두 5조7천억원이지만 경감 요인 등을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1.22 15:24
-
2022 대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대결로 흐르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초반 판세는 정권 교체 여론을 업은 윤석열 후보가 좀 앞서고, 현 정권의 연장선에 있는 이재명 후보가 뒤를 쫓는 형국이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예단이 어렵다.무엇보다 두 후보는 여러 뇌관을 안고 있다. 가장 큰 함정은 수사 리스크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과 처가를 둘러싼 논란이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때문에 대권의 향방이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1.17 11:11
-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다. 대중영합 정치인들은 나랏 돈은 뿌린 만큼 거둔다고 믿는다. 공짜로 준다는 데 누가 마다할까. 동서고금의 포퓰리스트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다.정부 금고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시련의 시간을 맞았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여야 가리지 않고 돈 살포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홍 부총리에게는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난지원금이 논의되고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때마다 홍 부총리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지급이 타당하다’는 논리로 저항하는 듯하다 결국은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1.09 10:13
-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다. 오징어 게임은 왜 글로벌시장에서 공감을 얻었을까. 여러 견해가 있겠으나 앞이 보이지 않는 일상의 잔혹함,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 인생을 뒤집기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하는 참혹함 등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게 아닌가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서 눈에 띄는 건 VIP다. 이들은 안전한 자리에서 데스게임을 관람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베팅한 말이 사라졌을 뿐이다. 게임 참가자에게 룰은 생명을 좌우하
오피니언
유호석 기자
2021.10.28 18:00
-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은 부동산이다. 집값 급등을 막아 서민의 주거 안정을 높인다는 착한 취지에서 출발한 26차례 부동산대책은 대부분 역효과를 내며 오히려 시장 불안과 불신을 키웠다.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3억3441만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0월 5억4132만원이 됐고, 서울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6억6147만원에서 12억1639만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이제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아파트를 장만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집값 폭등은 젊은층의 미래를 빼앗고, 서민·저소득층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0.27 10:38
-
취임 이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거칠게 밀어붙이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돌연 꼬리를 내렸다.전세대출과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이 막히면서 민심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의 대출 숨통을 막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지난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이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0.3%, 작년 말보다는 4.5% 각각 증가한 수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오피니언
김종현 기자
2021.10.15 16:54
-
메타버스(Metaverse)가 화두다.발빠른 사람들은 벌써부터 가상세계 화폐를 사들이고, 투기에 나선다. 가상세계에서 무슨 투기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다. 사실 전에도 메타버스도, 투기도 모두 있었다.이미 십년도 더 전, 가상세계에서 경제활동 행위가 존재했다. 2003년 등장한 세컨드 라이프가 그 예다. 일설에는 린든랩의 설립자 필립 로즈데일이 ‘스노 크래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됐단다. 해당 작품은 메타버스 용어의 기원으로 알려졌다.한때 세컨드 라이프는 이름 그대로 ‘두번째 인생’을 사는 장소였다. 미국 대선 예비주자가 아바타
오피니언
유호석 기자
2021.08.26 17:27
-
“주식 환불이 가능한가요?”, “아들 대학등록금까지 모아 투자했는데 도와주세요.” 지난해 10월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우스꽝스럽지만 당사자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다.당시 공모가격이 13만5000원이었던 하이브는 상장 첫날 26만7300원으로 시초가 형성된 후 34만7490원까지 치솟았다가 약 2주 동안 13만9590원으로 고꾸라졌다. 상장 초반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주가 급락에 좌절했다.이들 중에는 ‘BTS가 있으니까’, ‘아미와 함께 하니까’ 하는 분위기
오피니언
박성필 기자
2021.07.28 18:32